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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소설가 배수아의 몽골 에세이] <8> 카자흐 가족의 초대
 작성자 : 관리자 2011.01.07 15:47:10, 조회 1,268 

카자흐인 실내 화려한 장식… 독수리 길들여 사냥
  • 알타이 여행이 끝난 후 나는 빈에 사는 마리아를 방문하여 독일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꼬마 추장님’ 비디오를 보았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갈잔은 이런 말을 한다. “이곳 몽골 서북부 알타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90퍼센트는 카자흐족이다. 카자흐족과 투바족 사이에 무슨 특별한 갈등이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이 땅에서 살았던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나쁘게 말하는 카자흐 이웃을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슬람을 믿는 카자흐는 전통적인 샤머니즘을 종교로 하는 투바족과 매우 상이한 문화를 가졌고 그에 따라 세계관과 인생관이 아주 다르다. 예를 들자면 카자흐는 삶은 단 한 번뿐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 동안 이 세상의 가능한 모든 것을 즐기고, 향유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애쓰고 싶어한다. 그것이 카자흐와 투바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카자흐의 유르테 안에서. 카자흐의 유르테는 기본적인 구조는 다른 투바 유목민들의 유르테와 같았으나 매우 화려한 색채의 천으로 꾸며졌고, 특히 침대에 아름다운 붉은 휘장을 쳐서 장식한 점이 투바인의 유르테와 달랐다.
    향나무 계곡에 머무는 동안 근처의 카자흐 가족이 우리를 초대했다. 그동안 우리는 인근의 유르테로부터 자주 초대를 받았지만 카자흐의 초대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사람이 귀한 스텝 지역의 유목민은 낯선 이를 만나면 반가워하고, 손님을 초대하고 초대받기를 좋아한다. 초대를 받으면 대개는 선물을 갖고 가는 것이 예의였는데, 우리는 처음 알타이에 도착한 후에 개인적으로 준비해온 선물을 모두 갈잔의 유르테로 가져다주어서 갈잔과 갈타이가 그때그때의 초대 때마다 그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선물로 건네도록 했다.

    카자흐의 유르테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색채의 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베를린 거리에서 흔하게 본, 아랍 상점에서 파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천들을 떠올리게 했다. 커다랗고 널찍한 유르테 안에 벽을 빙 둘러가며 침대가 여러 개 놓여 있고 가운데 난로가 자리 잡은 점은 투바 유목민의 경우와 같았으나, 각 침대 앞에 그런 예쁜 천으로 커튼이 쳐져 있다는 것, 침대 자체도 붉은색 나뭇조각 등으로 장식이 곁들여져서 투바인의 침대와는 비교할 수 없게 모양이 예쁘고 매력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벽과 실내의 꾸밈이 아름다우며 사방을 공들여 정돈하고 단장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 커다란 차이점으로 다가왔다.

    투바인은 취향이 검소하고 소박해서 어딘지 모르게 매우 세속적인 향락의 냄새를 풍기는 침대맡의 구슬이나 예쁜 커튼, 장식품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유제품이나 동물의 털, 그리고 가죽만을 생산할 수 있는 유목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하늘거리는 향기로운 물건들은 분명 돈을 주고 시장에서 구입해야만 할 것이 분명했으므로―그들이 카자흐보다 가난한 것인가. 뿐만 아니라 바닥에 빈틈없이 깔린 두터운 양털 카펫도 시선을 끌었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우리가 방문했던 그 카자흐 가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투바 유목민보다 부유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카자흐인들은 전통적으로 독수리를 길들여서 사냥을 한다. 독수리 사냥꾼 복장을 한 카자흐인.
    그러나 카자흐의 유르테 안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실내장식이나 가구뿐만이 아니었다. 그건 여자들이었다. 카자흐의 여자들은 차림새가 달랐다.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여인 세 명이 우리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한 가족으로 이 유르테에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까이 사는 친척이 손님접대를 도와주러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중 두 명은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스커트를 입고 맨다리를 드러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폭이 좁고 우아한 모양의 긴 스커트 차림이었는데, 아무리 손님접대를 의식한 의상이라고 해도 젊은 여인들이 그런 복장으로 일을 하는 모습은 투바인의 유르테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가 초대를 받아 방문한 투바인의 유르테에서 여주인들은 항상 예외없이 전통 델 차림이었다. 심지어 투바 미인대회에 나온 여자들조차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지는 않았다. 특히 한 명의 카자흐 여인은 허리까지 닿는 길고 새까만 머리를 매혹적으로 풀어서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늘 머리를 뒤로 완전히 모아 질끈 동여매고 맨얼굴로 일하는 투바 여인들과 아주 다른 분위기였다.

    복장이나 차림새뿐만 아니라 여인들의 표정이나 눈빛에서도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곧 의식하고 표현하는 여성스러움이었고, 그래서 그 여자들의 움직임과 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어느 정도 도시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의 행동도 투바 유목민들과는 아주 달라서, 카자흐 가족의 젊은 남자들은 나와 마리아에게 다가와서 보드카를 따라주었는데, 한 모금 살짝 입을 댄 다음 더 이상 안 마시겠다고 했으나 자꾸만 권하는 것이었다. 그 카자흐 남자들의 태도는 집요하면서 매우 짓궂기도 했다. 결국, 나는 내 술잔을 델 자락으로 숨겨버려야만 했다.

    나는 투바인과 카자흐인의 차이를 그들의 상거래방식에서 가장 예리하게 느꼈다. 겉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고―물론 카자흐족은 간혹 독특하게도 아시아적 얼굴에 녹색 눈동자를 하고 있으며 간혹 중동식 골격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특징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투바인은 비록 투르크계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외형으로는 전형적인 몽골인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같은 공용어를 사용하면서 공식적으로 같은 몽골의 국민인 이들이지만 기질과 성향의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밤과 낮처럼 다르게 보였다.

    간혹 우리의 유르테 앞으로 유목민 행상이 찾아왔다. 갈잔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이 지역에 들어오는 유일한 외부세계의 ‘관광객’인 셈이므로 그들로서는 집에서 만든 물건을 멀리 도시로 가져가지 않고 팔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다. 투바의 유목민 행상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대개가 여자들이거나 어린아이들로, 수줍음으로 인한 것인지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동아시아인인 나에게 그런 무뚝뚝한 침묵의 인상은 낯선 것도, 특별히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오래된 가족 사진첩 등에서 종종 마주쳤던, 서양식 예의범절을 잘 모르던 시절의 한국인의 표정과도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행상이 찾아올 때마다 양털 방석이나 카펫, 양털 실내화, 손으로 짠 두터운 털 양말, 비단 델, 허리끈, 양털 장갑과 모자, 가방, 장식물, 그리고 진짜 털가죽 등을 샀다. 모양이나 수공 상태는 도시의 선물용품점에서 파는 것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것들이 천연재료로 만든 진짜 수공예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정말로 싼 가격이었다.

    나는 속에 안감이 덧대어진 긴 델을 3만5000투그렉을 주고 사서 알타이에서 내내 입고 다녔는데, 이건 한국의 환율로 대충 3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일행 중 많은 이들은 양의 털가죽을 구입했는데, 그것은 1만 투그렉이었다. 게르하르트 등의 남자들은 손으로 만든 진짜 가죽 말채찍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건 분명 특이해 보이기는 했다. 행상들은 우리가 물건을 고르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으며, 구입을 부추기는 어떠한 말이나 몸짓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가격을 물어보면 종이에 숫자로 써서 표시해주거나 아니면 갈타이나 바체체가 통역을 해 주었다.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은 경우라도 별다른 내색 없이 조용히 물건을 챙겨 돌아가는 식이었다.

    ◇우리를 초대한 카자흐 가족들의 모습. 이들은 매우 활기차고 붙임성이 좋았으며 젊은 여인들은 스스럼없이 나에게 한국 노래를 들려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러나 카자흐 상인은 달랐다. 따로 상점을 운영하는 직업 상인이 없는 유목민들의 사회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것은 상인 계층에게만 보이는 특성이라기보다는 원래 보통 카자흐인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기질인 듯했다. 카자흐 가족은 우리를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한 후, 그다음 순서로 깃털 모자를 쓰고 팔에 가죽 각반을 찬 독수리 사냥꾼의 자태를 선보였다.

    매섭고 단단하며 예리해보이는 부리와 발톱을 가진 어린 독수리를 훈련시켜 사냥감을 잡아오게 하는 것은 카자흐만의 풍습이었다. 사냥꾼은 독수리가 앉을 수 있도록 팔에 두터운 가죽 각반을 대고 독수리를 다룬다. 그런 다음 유르테 앞에 물건을 펼쳐놓고 나자, 카자흐는 온 가족이 바자르의 외국인 상대 전문 상인으로 돌변했다. 우리에게 물건을 팔려고 매우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흥정을 붙이고, 가격을 점차 깎아주며 나중에는 덤을 제안하는 기술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인 한 명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곁에서 그를 거들었다. 무슨 언어로 말을 하느냐는 이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은 무채색으로 일관하는 투바인의 물건과는 달리 아랍적인 색채가 화려하고 디자인이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으며 가격도 조금씩 더 비쌌다. 그리고 소심한 여자나 아이가 아니라 젊고 활기찬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점도 달랐다. 이 두 민족이 함께 바자르에 나서면 투바인 상인은 손님에게 말을 걸 기회조차 없을 것이 분명했다.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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