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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한국은 제2 고향, 고향사람 구한 것뿐” [동아일보]
 작성자 : 관리자 2007.03.26 13:11:20, 조회 2,114 

“한국은 제2 고향, 고향사람 구한 것뿐”



17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D주상복합 건물 화재 현장에서 3명의 몽골인 동료와 함께 11명의 목숨을 구한 몽골인 P 씨. 한상준 기자

신도림동 주상복합 화재때 11명 구한 ‘의인’은 불법체류 몽골인

《17일 오전 8시 20분경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30층짜리 D주상복합건물은 갑자기 건물 전체가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2층에서 용접 불꽃이 튀어 불이 났고, 건물 안의 인부 100여 명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졌다. 30층 옥상에서 철골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몽골인 P(47) 씨도 연기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자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몽골인 동료 D(32), G(27), S(21) 씨와 함께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피해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명의 몽골인 근로자는 29층으로 뛰어 내려갔지만 “살려 주세요”라는 소리만 들릴 뿐 가득 찬 연기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손을 더듬어 쓰러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고, 29층에서 의식을 잃은 3명의 인부를 간신히 옥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어 24∼27층에서 7명을 차례로 구해 냈고, G 씨가 23층 계단에 쓰러져 있던 한 여자를 둘러업고 나왔다.


17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D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현장. 연합뉴스

옥상으로 옮겨진 11명은 곧바로 소방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P 씨와 동료들은 소방관들과 함께 옥상에 있는 환자들을 소방헬기로 모두 옮긴 뒤 진화작업이 끝난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다.

소방관들은 구조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네 사람을 곧바로 구로성심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의사는 “정밀검사를 위해 입원하라”고 권했지만, 이들은 병원을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기에 ‘불법체류자 4명이 치료를 포기하고 잠적했다’는 얘기만 돌았을 뿐 이들의 활약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내민 구원의 손길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환자들의 증언을 통해 뒤늦게 이들의 실체가 밝혀졌다.

이틀간의 수소문 끝에 어렵게 23일 경기 수원시에서 만난 P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쓰러진 사람들을 어서 옥상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을 빠져나간 데 대해선 “응급실에 경찰들이 있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들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해 각각 1∼4년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불법체류자였기 때문.

치료를 받지 못한 P 씨는 다음 날 가슴의 통증과 두통이 심해졌고 검은 가래와 기침은 멎지 않았다. 1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입원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P 씨는 도리어 자신들이 구해 낸 환자들의 상태를 궁금해했다. “모두 건강하다”는 말에 그는 “그분들을 보기 위해 병원에 한번 가 보고 싶은데…”라고 했다.

2003년 4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P 씨는 매달 공사장에서 번 돈 150만 원을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부인(45)과 딸(15)에게 보내고 있다. 세 명의 동료 역시 돈을 벌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 P 씨는 4년 동안 부인과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P 씨는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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